부처바위의 남면 : 남방 환희국 정토

부처바위의 남면은 흙으로 덮힌 언덕이므로 바위 윗부분만이 지상에서 2.7미터 정도 높이로 노출되어 있다. 너비는 약 6미터 가량 되지만 가운데가 갈라져서 두 개의 벽면으로 병풍처럼 놓여 있다.

동쪽 바위면에는 웃음에 찬 삼존상이 새겨져 있다. 비바람을 많이 맞은 곳이라서 마멸이 심하지만 구김살 없는 천진한 작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운데 본존상은 큰 연꽃 위에 앉아 계시는데 옷자락이 무릎 아래로 물결치는 듯 주름잡혀 있다. 이러한 옷자락을 상현좌라 한다. 몸체는 단정하고 두 무릎은 넓게 놓여 있어 자세가 평안하다.

얼굴은 마멸이 심하나 밝은 표정이다. 둥근 두광에는 햇살같이 연꽃이 새겨져 있어 밝은 얼굴에 생기를 더해 주고 있다. 두 손은 다른 상들과 같이 옷자락에 가려져 있다. 두 보살들은 바위에서 뻗어나온 연꽃 줄기에 탐스럽게 핀 연꽃송이에 앉아 두 손을 마주 합장하고 본존여래상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

삼존을 모실 때 본존불이 앉으시면 두 협시보살은 서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에서는 삼존이 모두 앉아 계시다. 오른쪽 보살이 본존불 가까이 단정하게 앉아 있는데 반해 왼쪽 보살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깨를 으쓱 본존불 쪽으로 기울려 응석을 부리는 듯한 천진스러운 자세다. 엄숙한 부처님 세계라기 보다 단란한 한 가정을 연상케 하는 화기에 찬 분위기이다.

두 보살의 얼굴은 마멸이 심하여 그 방향을 알 수 없는데, 보살들의 두광은 갸름하게 타원형으로 그렸으므로 얼굴을 본존불 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은 화면에 권태롭지 않은 변화를 주었을 뿐 아니라 얇은 조각에 입체적인 깊이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자연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찬란하게 웃음짓는 이 밝은 세계는 어느 부처님 세계일까 ? 신라시대 사방불에는 서쪽에 아미타여래가 배치되고 동쪽에 약사여래가 배치되는 것이 상식인데, 남쪽과 북쪽은 일정한 약속이 없으므로 남면에 새겨진 이 삼존불상이 무슨 부처님의 정토인지 알 길이 없음은 못내 유감스럽다.

서쪽 바위면은 삼각형인데, 그 중앙 아랫부분에 얕은 감심을 파고 그 안에 좌상이 새겨져 있다. 얼굴은 갸름하고 몸체는 작은 편이나 단정히 앉아 계시다. 이 상에는 두광이 없고 연화대좌도 없으므로 선정에 든 스님상으로 봐야겠는데, 머리 위에 작은 육계가 있는 듯하여 상의 성격을 알기 어렵다.

이 상 바로 앞에 입체여래상()이 서 있고 여래상에서 정면으로 12미터 밖에 석등을 세웠던 흔적이 자연 바위 위에 남아 있다. 석등 바로 동쪽에 삼층석탑이 서 있고 삼층석탑과 삼존불 사이에 큰 바위들이 되는대로 가로 놓여 있는데, 그 중간바위 벽면에 명상에 잠긴 스님 한 분이 남쪽으로 앉아 손을 가슴에 올리고 있다.

탑을 향하여 기도하는 모습일까 ?

탑골 초기 화면
부처바위의 북면 : 북방 연화장엄국 정토
부처바위의 서면 : 서방 유리광 정토
부처바위의 동면 : 동방 묘희국 정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