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골 |
부처바위의 북면은 이 바위의 정면으로서 5.7미터 너비에 9미터 높이의 절벽 바위면이다. 이곳에 거대하게 영산 정토를 나타내었다. 영산 정토는 석가여래 부처님께서 여러 보살과 나한에게 법화경을 설법하신 곳이다. 벽면 중앙에는 석가 부처님께서 앉아 계시고, 머리 위에는 천개(天蓋)가 공중에 떠 있다. 부처님 앞에는 양쪽에 쌍으로 목탑이 웅장하게 솟아 있고 그 위로 비천이 날고 있다. 목탑
앞에는 사자 두마리가 마주 앉아 있는데, 얼른 보면 불국사와 같은 법당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첫 층은 비교적 높고 다음 층부터는 낮은 옥신(屋身:기둥과 벽)들이며 추녀의 넓이와 옥신 높이는 올라갈수록 조금씩 축소되어 3.7미터 높이에서부터 지붕이 삼각으로 끝을 맺는다. 9층 지붕위에 노반, 복발, 앙화(仰花) 위에 수없이 많은 풍경(風磬)이 달린 다섯 겹의 수연(水煙), 용차(龍車), 보주가 정연하게 동개져 있는 상륜부가 1.77미터 높이로 새겨져 있다. 지붕의 귀마다 풍경이 달려 있고 다섯 겹의 보륜에도 수없이 많은 풍경이 달려 있어 지극히 찬란하다. 옥신마다 두개씩 창문이 열려 있는데, 열린 쪽을 더 깊게 새겼으므로 단순한 조각에 입체감을 돋보이게 한 것도 재치있는 수법이라 하겠다. 동탑에서 1.68미터 간격을 두고 서탑이 7층으로 새개져 있다. 층수가 다를 뿐 모양이나 수법은 동탑과 같다. 서탑의 기단너비는 1.53미터이고 상륜부까지의 높이가 3.44미터 된다. 이 탑들은 신라의 목탑을 사실적으로 새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황룡사 9층 목탑을 위시하여 옛 서울에 많이 솟아 있었던 목조 기와집 탑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탑 앞에 새겨 놓은 두 마리의 사자는 불국 정토를 지키는 성스런 짐승이다. 동쪽 것은 입을 벌리고 오른쪽 것은 힘차게 땅을 딛고 왼발을 들어 올렸는데, 꼬리가 깃발처럼 세 갈래로 날리고 있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의 말꼬리와 비슷한 솜씨로 되어 있어 주목된다. 서쪽 사자는 입을 다물고 오른발을 들고 있는데 꼬리는 더욱 복잡하다. 서쪽 사자는 목에 긴 털이 많아 숫사자 같고, 동쪽 것은 목에 털이 없어 암사자로 보인다. 입을 벌린 사자는 아(阿)사자라 하고 입을 다문 사자는 훔사자라 하는데,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즉 음과 양을 합친 온 누리를 지킨다는 뜻이다. 두 탑 사이에 높이 떠있는 넓은 연꽃 위에 석가여래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여래의 표정은 밝고 자세는 단정한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선정인을 표시한 듯한데 옷자락에 두 손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둥근 두광에는 햇살같이 연꽃을 새겼으므로 부처님의 얼굴이 더욱 밝고 생기에 넘치는 듯 하다. 앉으신 연꽃 대좌는 꽃잎이 네 개로 간단하나 두 개의 꽃잎이 비행기의 날개처럼 옆으로 길게 뻗어 있어 하늘로 날으는 듯 보이는 것도 시원스럽다. 부처님의 머리 위에는 천개가 새겨져 있다. 별을 뿌려 놓은 듯 많았다는 신라 서울 절마다 화려하고 찬란한 천개가 있었겠으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이 바위에 새겨 놓은 천개가 있을 뿐이다. 마름모를 한 줄로 투각한 넓은 천개위에 두겹으로 연꽃잎을 장식하였고, 밑으로는 헝겊으로 접은 수실을 늘인 다음 포장을 늘려 놓았다. 비록 간단한 그림이나마 신라시대 천개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일본 호오류우사에 있는 천개나 송림사 전탑에서 발견된 사리병의 황금 천개들은 대체로 이곳 천개와 비슷하다. 천개의 위로 천녀가 날고 있는데 아름다운 천녀들이 하늘을 날면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꽃을 뿌리는 것은 부처님의 정토를 찬미하는 것이다. 실상은 말고 깨끗한 하늘의 감정을 인격화한 것인데 날으는 하늘이라 하여 비천이라 부른다. 부처바위 북면에는 이렇게 화려장엄한 석가 부처님의 영산 세계가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 바위 밑에 솟아나는 샘이 있어 더욱 신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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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바위의 북면 : 북방 연화장엄국 정토
